인도의 디왈리(Diwali)는 빛의 축제로 불리며, 매년 가을 힌두교 달력에 따라 5일간 이어지는 거대한 명절이다. 도시와 마을은 수백만 개의 등불과 폭죽으로 환히 빛나고, 가족과 이웃은 선물과 음식을 나누며, 상인들은 새로운 회계연도를 맞이한다. 이 축제는 단순한 종교의식이 아니라 신화, 경제, 공동체, 환경 문제까지 아우르는 복합적 문화 현상이다. 본문에서는 디왈리의 역사적 기원과 종교적 의미, 현장에서 체험할 수 있는 다채로운 풍경, 그리고 오늘날 세계적 의미와 과제를 심층적으로 다룬다.
빛으로 어둠을 이긴 전설과 신앙
디왈리는 인도 전역과 네팔,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등지에서 기념되는 가장 중요한 명절 중 하나다. 축제의 기원은 지역과 공동체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빛이 어둠을 몰아내고 선이 악을 이긴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가장 널리 알려진 이야기는 인도의 고대 서사시 라마야나(Ramayana)와 관련된다. 라마 왕자가 14년간의 유배 생활을 마치고 악마왕 라바나를 물리친 뒤 아유디아로 귀환하자, 백성들이 기름등불 디야(diya)를 밝히며 도시 전체를 환영했다는 전설이다. 이 서사는 디왈리를 단순한 명절이 아니라 정의와 신앙의 승리를 상징하는 의식으로 만든다. 자이나교에서는 디왈리를 마하비라(Mahavira)가 깨달음을 기념하는 날로 삼고, 시크교에서는 구루 하리고빈드(Guru Hargobind)가 억압에서 벗어난 날로 전해진다. 일부 불교 공동체 역시 아쇼카 왕이 불교에 귀의한 날로 디왈리를 기념한다. 즉, 디왈리는 힌두교를 넘어 다양한 종교가 공유하는 문화적 상징이다. 이는 인도의 다원적 사회 구조를 반영하며, 서로 다른 문화를 아우르는 공존과 포용의 가치를 드러낸다. 역사적으로 디왈리는 단순히 종교적 의례가 아니라 농경 사회의 계절적 전환점과도 연결되었다. 추수가 끝난 뒤 풍요를 기념하고 새로운 회계연도를 시작하는 시기와 맞물리면서, 디왈리는 경제적·사회적 기능까지 갖추게 되었다. 따라서 이 축제는 신앙과 생활, 종교와 경제가 자연스럽게 엮인 인도 문화의 집약적 표현이라 할 수 있다.
도시와 마을을 물들이는 빛과 소리
디왈리의 핵심은 무엇보다도 빛이다. 축제 기간 동안 인도의 집과 상점, 사원은 수백만 개의 작은 기름등불 디야로 가득 장식된다. 사람들은 창문과 지붕, 대문 앞에 디야를 켜고, 형형색색의 전기 조명과 네온사인으로 건물을 꾸민다. 불빛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악과 불행을 몰아내고 신과 조상의 축복을 초대하는 상징이다. 저녁이 되면 도시 전체가 별빛과도 같은 등불로 물들고, 멀리서 보면 마치 하늘 위의 별들이 땅으로 내려온 듯한 장관이 펼쳐진다. 불꽃놀이는 디왈리의 또 다른 하이라이트다. 밤마다 하늘을 수놓는 폭죽과 폭음은 악령을 쫓고 새로운 해를 알리는 의식적 의미를 지닌다. 아이들은 폭죽을 터뜨리며 환호하고, 어른들은 불빛을 바라보며 신에게 기도를 드린다. 그러나 최근에는 대기 오염과 안전사고 문제로 인해 폭죽 사용을 줄이려는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다. 친환경 폭죽이나 레이저·드론 쇼 같은 대체 행사가 일부 지역에서 도입되며, 전통과 환경 사이의 균형을 찾으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가족과 공동체의 나눔도 빼놓을 수 없다. 디왈리를 앞두고 사람들은 집안을 깨끗이 청소해 악운을 몰아내고, 새 옷을 마련하며, 집안 곳곳을 꽃과 조명으로 장식한다. 축제 기간 동안 가족과 친척은 서로 선물과 전통 과자를 주고받는다. 라두(Ladoo), 바르피(Barfi), 잘레비(Jalebi) 같은 달콤한 디저트가 가장 인기가 많으며, 이웃과 나누어 먹으며 공동체적 유대를 강화한다. 또 상인과 기업은 이 시기를 새 회계연도의 시작으로 삼아, 신에게 번영과 성공을 기원하는 의식을 치른다. 실제로 디왈리 기간은 인도 경제에서 소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자동차, 가전제품, 보석, 의류 등 다양한 산업이 이 시기에 맞춰 대규모 할인과 마케팅을 하며, 디왈리는 종교적 명절인 동시에 인도의 최대 소비 시즌으로 자리매김했다. 사원에서도 성대한 의식이 열린다. 힌두 사원은 신들의 조각상과 제단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수많은 신도가 모여 함께 기도한다. 특히 부와 번영의 여신 락슈미(Lakshmi)를 모시는 의식은 디왈리의 핵심 중 하나다. 사람들은 락슈미가 집안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현관을 깨끗이 청소하고, 등불을 밝히며, 꽃잎으로 만든 랑골리(Rangoli)라는 화려한 바닥 무늬를 장식한다. 이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신성한 환영의 행위로 이해된다.
세계 속의 디왈리와 지속 가능한 미래
오늘날 디왈리는 인도와 네팔을 넘어 세계적인 축제로 자리 잡았다. 영국 런던, 캐나다 토론토, 미국 뉴욕,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인도 디아스포라(Diaspora)가 많은 도시에서는 대규모 퍼레이드와 등불 행사가 열린다. 타임스스퀘어에서 열리는 디왈리 행사, 런던 트라팔가 광장의 퍼레이드는 이미 현지 사회에 깊이 뿌리내린 문화 행사로 성장했다. 이를 통해 디왈리는 단순한 종교 명절을 넘어 인도의 문화외교 자산이자, 세계인이 함께 즐기는 글로벌 축제가 되었다. 그러나 디왈리가 직면한 과제도 적지 않다. 폭죽으로 인한 대기 오염과 소음 공해는 매년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으며, 과도한 소비와 상업화는 축제의 본래 의미를 희석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이에 따라 인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시민단체는 그린 디왈리(Green Diwali)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태양광 조명, 친환경 폭죽, 쓰레기 줄이기 운동 등이 점차 확산되면서, 디왈리는 전통과 현대적 책임을 아우르는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왈리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그것은 바로 빛이 어둠을 이긴다는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메시지다. 이 메시지는 종교와 문화를 넘어 인류 보편의 가치로 크게 다가온다. 어둠과 고난, 불운과 불의는 언제나 삶 속에서 존재하지만, 사람들은 작은 등불 하나에 의해 희망과 연대를 되살린다. 디왈리는 바로 그 인간의 본능적 갈망을 집약한 축제다. 수백만 개의 등불과 폭죽 속에서 사람들은 단지 신을 기리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향한 신뢰와 공동체적 유대를 확인한다. 결국 디왈리는 인도의 문화적 본질을 드러내는 동시에, 전 세계 인류가 함께 배우고 나눌 수 있는 보편적 지혜를 제시한다. 그것은 빛과 희망, 나눔과 화합이야말로 인간이 어둠을 극복하는 길이라는 깨달음이다. 앞으로도 디왈리는 세계 곳곳에서 어둠을 밝히는 축제로 이어지며, 인류가 함께 나눌 수 있는 희망의 상징으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