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의 세비야에서 열리는 아프릴 페리아는 봄을 가장 화려하고 아름답게 장식하는 전통 축제다. 19세기 가축 박람회에서 시작된 이 행사는 오늘날 수많은 카세타와 강렬하고 리드미컬한 플라멩코 춤, 화려한 마차 퍼레이드와 다양한 전통 음식으로 가득 채운 세계적 명소로 성장했다. 본문에서는 아프릴 페리아가 탄생한 배경과 현장의 열정적인 풍경, 그리고 이 축제가 현대 사회에서 지니는 의미를 깊이 있게 살펴본다.
세비야의 봄을 깨우는 불빛의 시작
세비야 아프릴 페리아(Feria de Abril de Sevilla)는 매년 봄, 안달루시아 지방의 중심 도시 세비야에서 열리는 대규모 축제다. 이 축제의 기원은 1847년 세비야 시의회가 마련한 가축 박람회에서 시작되었다. 당시에는 소와 말 등 가축을 거래하는 경제적 목적의 단순한 행사였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단순한 시장의 기능을 넘어 음악, 춤, 음식이 결합된 대중적인 축제로 발전했다. 19세기 후반부터는 시민들이 가족이나 단체별로 카세타(Caseta)라 불리는 임시 텐트를 설치하고 손님을 맞이하는 풍습이 생겨났는데, 이는 아프릴 페리아를 상징하는 핵심 요소가 되었다. 그렇게 오늘날에는 수천 개의 카세타가 축제장을 가득 메우며 세비야의 밤을 밝힌다. 축제의 개막을 알리는 상징적 장면은 알룸브라도(La Alumbrao)다. 수만 개의 전구로 장식된 거대한 입구 아치에 불이 켜지는 순간, 세비야의 거리는 마치 황금빛 물결처럼 화려하게 빛나며 환호성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이는 단순한 점등식이 아니라, 세비야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계절과 희망을 알리는 의식 같은 순간이다. 축제장은 곧바로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여성들과 전통 복장을 한 남성들로 가득 차고, 봄의 밤공기는 다양한 음악과 사람들의 웃음, 대화와 기대감으로 전부 물든다. 아프릴 페리아는 이처럼 불빛으로 깨어나는 도시의 변신에서부터 시작된다.
카세타와 플라멩코, 끝없는 흥겨움의 장
아프릴 페리아의 중심 무대는 카세타다. 카세타는 가족, 친지, 단체, 기업이 운영하는 임시 텐트로, 내부는 화려한 장식과 전통 가구, 조명으로 꾸며져 있다. 밤이 되면 이곳에서 세비야 전통 음악인 세비야나스(Sevillanas)가 흘러나오고, 사람들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다 함께 춤을 춘다. 플라멩코 드레스(트라헤 데 플라멩카, traje de flamenca)를 입은 여성들은 드레스 자락을 힘차고 강하게 휘두르며 열정적인 춤을 추고, 남성들은 빠르고 경쾌한 발놀림으로 화답한다. 플라멩코는 단순한 공연이 아니라, 세비야 사람들의 정서와 정체성을 보여주는 생활 방식이기에 축제의 분위기를 더욱 뜨겁게 만든다. 낮에는 거리에서 화려한 마차 퍼레이드가 열린다. 전통 의상을 입은 남성들이 말을 타고 등장하고, 여성들은 마차 위에서 환하게 웃으며 사람들을 향해 손을 흔든다. 아이들은 이 장면을 지켜보며 즐거워하고, 관광객들은 모두 카메라 셔터를 멈추지 않는다. 이 행렬은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 세비야의 전통과 공동체 의식을 상징하는 장치다. 오후가 지나면 축제장은 다시 카세타 중심으로 활기를 띠고, 밤이 깊을수록 음악과 춤, 웃음과 환호는 더욱 커진다. 음식과 음료는 아프릴 페리아의 또 다른 주인공이다. 축제의 대표 음료는 레부히토(Rebujito)로, 셰리 와인에 사이다를 섞어 만든 청량한 술이다. 참가자들은 레부히토 잔을 들고 대화를 나누며, 흥이 오르면 자연스럽게 춤을 춘다. 음식으로는 하몽(Jamón), 감바스 알 아히요(Gambas al Ajillo), 타파스(Tapas), 프리토 피쉬(Pescaito Frito) 같은 전통 요리가 제공되어 축제의 분위기를 고조시키며 즐거움을 더한다. 해가 지면 세비야의 밤하늘에는 불꽃놀이가 터지고, 음악과 함성이 어우러져 축제는 절정을 맞는다. 이렇듯 아프릴 페리아는 단순한 전통 행사가 아니라, 세비야 사람들의 삶과 정서, 그리고 지역의 문화적 정체성이 응축된 공간이다. 누구나 음악과 춤 속에 스며들고, 국적이나 신분과 상관없이 웃음을 나누며 하나가 된다. 그 순간만큼은 모두가 세비야의 일원이자 축제의 주인공이 된다.
세비야가 전하는 삶의 철학과 세계적 가치
아프릴 페리아는 오늘날 스페인의 전통 축제를 넘어 세계적 관광 자원으로 발전했다. 매년 수십만 명의 관광객이 세비야를 찾고, 이는 지역 경제와 관광 산업에 큰 활력을 불어넣는다. 숙박업과 음식점, 교통업은 축제 기간 동안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전통 의상과 수공예품은 국내외에서 큰 인기를 얻는다. 그러나 아프릴 페리아의 가치는 단순한 경제적 효과를 넘어선다. 이 축제는 세비야 시민들의 공동체 의식을 확인하는 시간이며, 세대를 잇는 전통을 계승하는 중요한 문화적 장치다. 국제적으로도 아프릴 페리아는 스페인의 문화를 대표하는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플라멩코 음악과 춤은 이미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인정받았지만, 그 열정과 생동감을 가장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는 현장은 바로 이 축제다. 관광객들은 단순한 구경꾼이 아니라, 음악과 춤, 음식과 웃음 속에서 함께 어울리는 참여자가 된다. 이는 축제가 가진 가장 큰 힘이자 매력이다. 세비야 사람들은 아프릴 페리아를 통해 삶을 즐기는 법을 보여준다. 화려한 드레스와 전통 의상, 음악과 춤, 음식과 술은 모두 일상의 피로를 잊게 하고, 삶을 즐기는 것 자체가 가치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앞으로도 아프릴 페리아는 시대의 변화 속에서도 본질을 잃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바로 공동체와 전통, 그리고 인간 본연의 즐거움을 함께 나누는 것, 즉 삶을 축제로 만들어가는 철학이다. 아프릴 페리아는 세비야의 봄을 영원히 가장 화려하게 장식할 축제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