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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헤시피와 올린다 카니발, 의례와 프레보 행진이 어우러진 세계적 문화유산

by buzzreport24 2025. 8. 27.

브라질 헤시피와 올린다 카니발 관련 사진


브라질 카니발은 리우데자네이루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북동부의 헤시피와 올린다에서 열리는 카니발은 삼바가 아닌 프레보와 마라카투 리듬, 거대한 인형 행렬, 언덕을 가득 메운 시민들의 참여로 독자적인 정체성을 가진다. 식민지 시대 가톨릭 전통과 아프리카계 브라질인의 리듬, 그리고 민중의 풍자가 결합되어 어우러진 이 축제는 단순한 놀이를 넘어 역사와 문화가 교차하는 복합적 무대다. 본문에서는 카니발의 역사적 기원, 현장에서 체험할 수 있는 다채로운 장면, 그리고 오늘날 세계적 의미를 심층적으로 살펴본다.

식민지 시대의 종교 의례에서 민중의 축제로

브라질 카니발은 흔히 리우데자네이루의 화려한 삼바 퍼레이드를 떠올리지만, 사실 카니발의 뿌리는 전국적으로 퍼져 있으며 지역마다 독창적인 모습으로 발전했다. 그중 북동부의 헤시피와 올린다에서 열리는 카니발은 리우와는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진다. 축제의 시작은 16세기 포르투갈 식민지 시절부터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가톨릭 전통에서 사순절(Lent)이 시작되기 전날은 사람들이 푸짐한 음식을 먹고 술을 마시며 즐겼다. 이는 Carne vale(고기를 보내다)라는 말에서 비롯되었으며, 금욕과 단식을 앞두고 신에게 기쁨을 바치는 동시에 공동체가 하나로 어우러지는 시간이기도 했다. 포르투갈 식민지배는 단순히 유럽의 전통만 전파한 것이 아니었다. 아프리카에서 끌려온 노예들이 자신들의 북과 리듬, 의례를 가지고 왔고, 토착 원주민들의 문화와도 섞였다. 이 융합은 북동부 카니발의 독창적 색채를 만들었다. 특히 헤시피와 올린다는 삼바보다는 프레보(Frevo)와 마라카투(Maracatu) 같은 리듬이 중심을 이루었다. 이는 단순한 음악 장르를 넘어서 식민지 사회에서 소외된 민중의 목소리이자 저항을 담은 리듬이었다. 따라서 오늘날 이곳의 카니발은 단순히 사순절 전의 놀이가 아니라, 민중의 역사와 문화가 응축된 집합적 기억의 장으로 평가된다. 올린다는 특히 언덕 도시로, 식민지 시대 건축물이 잘 보존되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곳이다. 이곳의 골목과 계단, 성당 앞마당은 카니발이 시작되면 거대한 무대로 변한다. 반면 헤시피는 대도시답게 대규모 퍼레이드와 공연이 중심이 된다. 두 도시는 서로 다른 공간적 특성을 살려 카니발을 연출하며, 지역적 정체성과 역사를 고스란히 반영한다.

프레보의 빠른 리듬과 거대한 인형들의 행진

헤시피와 올린다 카니발의 상징적 장면 중 하나는 히간치스(Gigantes)라 불리는 거대한 인형 퍼레이드다. 이 인형들은 보통 3~4미터가 넘는 크기에 과장된 표정을 하고 있으며, 정치인, 유명인, 사회적 이슈를 풍자하는 모습으로 꾸며진다. 거대한 인형이 좁은 골목을 따라 행진하자, 사람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웃음으로 축제의 순간을 함께한다. 이는 단순한 유희가 아니라, 권력과 사회를 풍자하는 민중적 카타르시스의 장이다. 음악과 춤은 축제의 심장이다. 리우 카니발이 삼바 리듬에 맞춰 화려한 의상과 안무를 선보인다면, 헤시피와 올린다 카니발은 프레보(Frevo)와 마라카투(Maracatu)가 핵심이다. 프레보는 빠른 템포의 브라스 밴드 음악으로, 참가자들은 다채로운 색상의 작은 우산을 들고 현란한 발놀림을 선보인다. 이 춤은 아크로바틱 동작과 결합되어 보는 사람들까지 숨이 찰 정도의 에너지를 발산한다. 프레보는 2012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인정받아 등재되었으며, 북동부 지역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대표적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마라카투는 아프리카계 브라질인들의 전통 의식에서 비롯된 리듬으로, 북과 타악기의 깊은 울림이 골목을 진동시킨다. 화려한 머리 장식과 전통 의상을 입은 참가자들이 왕과 왕비 행렬을 재현하며 행진하는 모습은, 노예제와 식민지 억압 속에서도 지켜낸 아프리카 문화의 자취를 보여준다. 이처럼 음악과 춤은 단순한 오락이 아니라 역사적 기억을 재현하는 매개체다. 올린다의 좁고 가파른 언덕길은 카니발에 독특한 현장감을 부여한다. 참가자들은 돌계단을 오르내리며 춤을 추고, 발코니와 지붕마다 사람들이 매달려 음악에 몸을 맡긴다. 한편 헤시피에서는 세계 최대 규모의 블로코(bloco, 거리 퍼레이드)가 열린다. 갈로 다 마드루가다(Galo da Madrugada)라 불리는 퍼레이드에는 매년 수백만 명이 참여하여 세계 기네스 기록에 등재될 정도로 장대한 축제를 이룬다. 이는 단순한 도시 축제를 넘어 브라질 민중의 거대한 에너지와 집단적 열정을 상징한다.

민중의 에너지가 만든 세계적 문화유산

헤시피와 올린다 카니발은 경제적·문화적 가치 면에서도 중요하다. 매년 수백만 명의 관광객이 몰려들며, 숙박업, 음식점, 교통, 공연 산업이 활성화된다. 지역 예술가와 장인들은 축제를 통해 자신들의 작품을 선보이고, 지역 경제는 큰 활력을 얻는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이 축제가 철저히 참여형이라는 것이다. 리우 카니발이 다소 관람 중심이라면, 헤시피와 올린다의 카니발은 누구나 춤추고 연주하며 행렬에 참여할 수 있다. 이는 축제를 더욱 민주적이고 공동체적인 경험으로 만든다. 또한 이 카니발은 억눌린 역사를 문화로 승화시킨 사례다. 아프리카 노예제의 상처, 식민지 억압, 사회적 차별 속에서 태어난 리듬과 춤이 오늘날 세계인이 주목하는 문화유산이 되었다는 사실은 깊은 울림을 준다. 유머를 담은 거대한 인형, 프레보의 현란하고 경쾌한 스텝, 힘찬 마라카투의 북소리는 단순히 흥겨운 소리가 아니라, 민중이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창조한 생명력의 증거다. 오늘날 헤시피와 올린다 카니발은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서, 브라질의 다양한 정체성을 드러내는 상징적인 대표 무대가 되었다. 그것은 단순히 브라질의 또 다른 축제가 아니라, 세계가 공유해야 할 민중 문화의 보고라 할 수 있다. 언덕을 따라 울려 퍼지는 리듬, 해학과 풍자가 담긴 인형, 다양한 피부색과 배경의 사람들이 하나 되어 춤추는 장면은 인류가 가진 다양성과 연대의 가능성을 일깨운다. 결국 헤시피와 올린다 카니발은 리우의 화려함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브라질을 설명한다. 그것은 바로 민중의 힘과 리듬, 그리고 웃음으로 고난을 넘어선 기억이다. 앞으로도 이 축제는 전 세계인들에게 브라질 북동부의 뜨거운 에너지와 역동적인 문화를 경험하게 하며, 인류 공동의 문화유산으로 길이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