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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 갈룽안 축제, 신과 조상을 맞이하는 펜조르 장식과 제의

by buzzreport24 2025. 9. 2.

발리 갈룽안 축제 관련 사진


갈룽안(Galungan)은 인도네시아 발리 힌두교의 핵심 축제로, 약 210일마다 열리며 10일간 이어진다. 이 시기는 선이 악을 제압하는 순간이자, 신과 조상의 영혼이 지상으로 내려와 가족과 함께한다는 믿음이 깃든다. 거리 곳곳에 세워진 펜조르 (Penjor) 장식, 사원에서 올리는 기도와 제사, 전통 의상을 차려입은 가족들의 행렬은 발리 문화의 영적 깊이를 잘 보여준다. 본문에서는 갈룽안의 종교적 기원, 의식과 상징, 그리고 현대 사회와 세계 속의 의미를 심층적으로 살펴본다.

영적 기원과 신화적 의미

갈룽안은갈룽안은 발리력(Pawukon Calendar)에 따라 210일마다 돌아오는 발리 힌두교 대규모 축제다. 축제 기간은 열흘 동안 이어지며, 이 시기에 발리인들은 신과 조상의 영혼이 인간의 세계에 내려와 집과 마을을 방문한다고 믿는다. 단순히 계절적 명절이 아니라 우주적 균형을 재확인하는 성스러운 순간으로, 선(다르마)이 악(아다르마)을 잠시나마 제압하는 순간으로 해석된다. 발리 힌두교는 인간과 자연, 신과 조상이 모두 함께 연결되어 있다고 믿고 있다. 갈룽안은 바로 이 연결 고리를 가장 극적으로 드러내는 시간이다. 가족들은 제단을 마련하고, 꽃과 향, 쌀과 전통 음식을 준비해 신과 조상에게 바친다. 이는 단순히 제사를 올리는 것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 인간과 영혼, 선과 악이 한데 어우러지는 신성하고 중요한 의례다. 갈룽안의 신화적 배경에는 선과 악의 투쟁 이야기가 자리한다. 발리인들은 선의 힘이 세상을 지탱한다고 믿지만, 악의 힘도 항상 존재한다고 본다. 따라서 갈룽안은 선이 악을 이겨냈음을 기념하고, 동시에 그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공동체적 다짐의 시간이 된다. 가족과 마을은 이 시기를 통해 다시금 결속을 다지고, 영적 질서를 새롭게 확인한다.

펜조르 장식과 제의의 풍경

갈룽안의 가장 인상적인 상징은 펜조르다. 대나무로 만든 긴 장대에 코코넛 잎, 쌀, 과일, 직물, 꽃을 잔뜩 달아 장식한 펜조르는 풍요와 신성한 환영을 의미한다. 발리의 거리와 마을 입구에는 수백, 수천 개의 펜조르가 축제 기간 동안 줄지어 세워지며, 바람에 흔들리며 만들어내는 장관은 발리 갈룽안 축제를 대표하는 환상적인 풍경이 된다. 각 가정은 자신들만의 정성을 가득 담아 펜조르를 세우고, 이를 통해 신과 조상을 맞이하는 경건한 마음을 표현한다. 사원에서는 매일 의식이 이어진다. 남성들은 사롱과 전통 머리 장식 우둡(Udeng)을 착용하고, 여성들은 꽃과 음식을 담은 바구니를 머리에 이고 행렬을 이룬다. 사원 내부는 향과 기도로 가득 차며, 신과 조상에게 감사와 축복을 전하는 목소리가 전역에 울려 퍼진다. 제물에는 쌀과 과일뿐만 아니라 전통적으로 풍요를 나눈다는 의미를 지닌 닭고기와 돼지고기 요리들도 포함된다. 각 가정에서는 소규모 제사가 진행되며, 집집마다 제단 위에는 여러 꽃과 향, 음료와 다양한 음식을 담은 바구니가 가득 놓인다. 축제의 마지막 날인 쿠닝안(Kuningan)은 신과 조상이 하늘로 돌아가는 날로 여겨진다. 이날은 더욱 성대한 의식이 거행되며, 사람들은 감사와 송별의 기도를 간절히 올린다. 쿠닝안에는 특별히 노란 쌀로 만든 제물이 많이 사용되는데, 이는 태양과 생명의 상징이다. 발리 사회는 쿠닝안을 통해 다시 한번 영적 세계와의 연결을 되새기고, 일상으로 돌아가기 전 마지막 인사를 나눈다. 이 모든 과정은 발리 사회가 얼마나 끈끈하고 강력한 공동체적 유대와 종교적 열정을 지니고 있는지 고스란히 드러낸다. 갈룽안은 단순한 종교 행사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 결속을 강화하는 중요한 매개체다.

현대 사회와 세계 속의 갈룽안

오늘날 갈룽안은 발리 사회에서 여전히 핵심적인 의미를 지닌다. 발리인들은 관광 산업으로 크게 성장 하면서도 갈룽안을 단순한 볼거리나 관광 상품으로 소비하려 하지않고, 본질적으로 신과 조상을 맞이하는 신성한 시간으로 지키려 한다. 관광객들은 펜조르로 아름답게 장식된 거리를 걸으며, 전통 의상을 입은 사람들과 함께 사원에서 기도하는 모습을 체험함으로써 발리 문화의 깊이를 이해한다. 이를 통해 발리는 단순히 휴식을 취하는 휴양지가 아닌 살아 있는 종교와 전통의 중심지로 인식된다. 경제적으로 갈룽안은 지역 사회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제물 준비, 의상 제작, 장식품 판매 등으로 지역 경제가 크게 활성화되고, 축제를 보기 위해 찾아온 관광객 덕분에 호텔과 음식점, 기념품 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한다. 그러나 지나친 상업화는 본래의 의미를 흐릴 수 있다는 우려를 낳기도 한다. 발리 사람들은 이러한 도전을 의식하면서도, 전통과 현대의 균형을 이루려는 노력을 계속해서 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갈룽안은 이어지고 있다. 발리 출신 이주민들은 세계 각지에서 소규모 의식을 통해 갈룽안을 잊지않고 기념하며, 이를 통해 공동체적 유대와 종교적 정체성을 유지한다. 이는 갈룽안이 단순히 발리 지역의 명절을 넘어, 전 세계 발리인의 정신적 뿌리를 잇는 중요한 문화적 매개체임을 보여준다. 결국 갈룽안은 선과 악의 균형, 조상 숭배, 공동체 화합이라는 가치를 담은 살아 있는 문화유산이다. 펜조르가 바람에 흔들리고, 사원에 울려 퍼지는 기도 소리와 향, 전통 의상을 입은 가족들의 행렬은 발리 문화의 정수를 아주 잘 드러낸다. 갈룽안은 지금도 신과 인간, 과거와 현재, 공동체와 세계를 연결하는 상징적 다리로 존재하며, 세월이 흐를수록 그 의미는 더욱 깊어지고 있다.